리더와 승부수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3.17)

조조가 천하의 주인이 되어 패업을 이룩한 것은 건곤일척의 승부수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화북의 패자 원소와 자웅을 겨룬 관도의 대전이다.
이 관도대전에서 승리했기에 조조의 앞길은 활짝 열렸다. 만약 참패했으면 조조 세력은 이슬처럼 사라지고 중국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황하 북쪽에서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던 원소는 관도의 싸움에서 진 후 2년이 안 돼 죽었고 그 넓은 영토는 모두 조조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매달 한 번 모이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자기 분야의 소식을 전하는 1분 스피치를 했고, 이어 초청연사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이었습니다. '삼국지 경영학'이라는 책을 쓴 분입니다. 이 책은 북스MBA의 'CEO 마인드 : 성과를 높이려면 CEO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라' 과정에 들어있는, 경제노트 추천도서들 중 한 권이기도 하지요.

집에 돌아와 일요일에 책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강연에서 인상적이었던 '승부수' 부분을 찾아보았지요.

큰 성취를 하려면 언젠가 한번은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기업경영이건, 자기경영이건, 정치의 세계건 다 그렇습니다.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이 만들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입니다.

조조도 그랬습니다. 조조가 삼국을 통일하고 패업을 이룬 것은 바로 '관도대전'이라는 승부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화북지방의 패자였던 원소는 조조에게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여러번 권했습니다. 조조는 거절했지요. 그리고 힘을 기르다가 원소와 대결했습니다. 원소를 넘지 못하면 패권을 차지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관도대전 당시의 전력은 원소의 일방적인 우세였습니다. 군사 수가 10만명대 2만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조라는 CEO와 원소라는 CEO의 능력 차이가 결국 이 관도대전을 조조의 승리로 이끌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조조는 이 관도대전의 승리라는 승부수를 기반으로 중국을 차지할 수 있었지요.

작은 성취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언젠가는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머뭇머뭇거리며 우유부단하게 있다가는 결국 서서히 뒤처지기 쉽습니다.

승부수를 던질 때는 물론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뒤따라야합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큰 승부수는 하늘이 그 결과를 정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야 '결단'이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정몽준 의원과 정동영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는 결정을 했지요. 각자 입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편안'한 울산과 전주라는 지역구를 포기하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서울의 지역구를 선택했습니다. 이 승부수가 훗날 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저자가 기업경영 분야에서 예로 든 승부수들은 삼성의 반도체와 통신기기 진출, 현대의 조선사업과 주베일 항망 프로젝트, LG의 전자사업과 여수 정유공장 건설 등입니다. 평범한 기업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회사들이 이 승부수를 통해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요.

리더의 승부수.
큰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는 한 번 모든 것을 걸고 던져야하는 것이 이 승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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