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의 기회

상호간에 연습을 할 때나 시합을 할 때, 기량의 차이가 어지간히 나지 않는 상대가 아닌 한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대방의 타격 부위를 때릴 가능성이 매우 적다. 상대방도 이쪽의 공격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많은 검객들이 공격의 기회를 실험해보고 설명해왔다.
그 중 하나가 다카노 사사부로의 견해인 '세 가지 놓쳐서는 안될 때'이다.

그 내용을 보면,
1. 상대가 동작을 일어키려는 순간
2. 상대의 기술이 완료한 때
3. 상대가 방어를 하고 멈춘 때이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대체로 해석이 일치되고 있으나 세 번째에 대해서는 '상대가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을 때', 또는 '상대가 물러날 때' 등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동작을 일으키려는 순간이란 상대가 공격하고 난 후의 동작과는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공격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일어키려는 순간에는 상대의 마음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또한 몸의 자세도 균형이 깨질 수 밖에 없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기술이야말로 검도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상대의 기술이 완료한 때란 상대가 아직 그 다음 기술이나 동작을 취할 수 없는 때를 말한다.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손목빼어 머리치기(혹은 손목치기)가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상대가 방어를 하고 멈춘 때란 상대가 방어에 집중하고 있게 되면 자연히 다른 곳에 빈틈이 생기게 되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즉시 공격하는 기술을 말한다. 연속 치기가 그에 해당한다.

그러나 어찌 이 세 가지만으로 타격의 기회를 분류할 수 있을 것인가. 검도는 상대적인 운동이므로 모든 행동에 대한 설명을 절대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큰 오류에 빠진다.

거리에 관한 것만 하더라도 그렇다. 일족일도라고 하지만 어찌 일족일도의 거리가 절대적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일족일도가 될 수도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가까운 거리', 혹은 '먼 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타격의 기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차피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좁혀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거리를 좁히는 순간, 오히려 상대에게는 타격의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너무 문자의 뜻에 얽매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격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상대의 자세에 틈이 있을 때
―지극히 당연한 얘기로 보통 공격은 이때 이루어진다. 자세에 대해 신경써서 수련하면 이런 공격은 쉽게 방 어할 수 있다.

2. 자신이 직접 공격의 기회를 만들었을 때
(1) 상대에게 틈이 없을 때는 상대의 죽도를 감거나, 치거나, 누르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 틈을 만들어 공격 한다.
(2) (나의) 기세로써 (상대의) 기세를 눌러 틈을 만든다.
(3) 상대가 (나의) 공격을 막으려고 할 때 생기는 다른 빈틈을 공격한다. 연속치기 기술.

3. 상대가 나오려고 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먼저 공격한다.
상대가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에는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4. 상대가 공격하는 순간에 생기는 틈을 노려 공격한다.
머리 빼어 허리 치기나 누름 손목이 전형적으로 여기에 해당된다.

5. 어떤 이유에 의해 상대의 자세가 안정되어 있지 않을 때, 또는 자세를 바로 잡은 후 그것이 아직 충분 하지 않은 때를 노려 공격한다. 일례로, 치고 나간 뒤 뒤로 도는 순간을 노려 공격하는 경우이다.

6. 상대의 공격하는 죽도를 치거나 스치거나 받아 흘리거나 감거나 하는 등의 행위, 즉 상대의 죽도를 죽인 순간에 공격한다.

7. 상대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을 때를 노려서 공격한다. 이때 고정이란 몸과 마음이 고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며, 그 중 하나라도 머물러 있으면 공격의 좋은 기회가 된다.

8. 상대를 서두르게 한 후 공격한다. 서둘 때는 마음의 안정을 잃게 되며,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틈이 생기기 쉽다.

9. 상대의 기술이 다한 다음에 공격한다. 보통 기술이 다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방만해지는데, 그때 틈이 생기기 쉽다.

10. 상대의 마음에 잡념이 일 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한다. 마음에 잡념이 일면 주의가 산만해진다. 그때를 포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1. 상대가 물러날 때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나가는 발보다 물러나는 발의 움직임이 늦다. 짧고 빠르게 앞으 로 나가며 쫓아 들어가 공격하면 성공하기 쉽다. 발 움직임에 대한 훈련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놓아야 한 다.

12. 좌우로 움직이는 순간을 노려 공격한다. 좌우로 움직일 때는 상대의 죽도에 틈이 생기기 쉽다.
또한 이동중에는 공격과 방어가 용이치 않으므로 이때를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13. 상대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공격한다. 내쉬는 순간보다는 들이마시는 순간의 몸놀림이 훨씬 둔하다. 검도의 호흡 중 대부분은 숨을 내쉬거나 정지되어 있을 때 공격행위가 가능하며, 들이마시는 순간에는 공 격행위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을 잘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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