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정말 하면 할 수록 어렵다고 느껴진다.
검을 잡은지 어언 35년 길다면 긴세월이지만 원로 선생님들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세월이다.

그러나 조금더 잘해 보려고, 고등학교 시절 요령을 피워서 어떻게든 시합에서 이겨보려고 선생님의 기술을 흉내 내보려고 하다가는 스승님이신 김영달 선생님께 '사범님 어떻게 하면 사범님 같이 허리를 멋있게 칠수 있나요' 하고 어렵게 여쭈어 보면 빙긋이 우스시면서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 하시던 선생님... 그 후에 1년의 세월이 지나 2단인가 되었을 때 다시 용기를 내어 다시 똑같은 질문을 선생님께 드렸을때 선생님은 여전히 빙긋이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 힘빼고 쳐라!' 그이상의 답변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35년간의 기간중 물론 매일같이 수련하지는 않았지만 검도를 잊은적은 없었었고, 누워서 잠을 자다가도 비몽중에 발을 구르면서 야! 하고 기합을 넣는 바람에 옆에 누워자는 짐사람과 아이들이 놀라서 깨게 만드는 일이 허다했다. 선배님들과 후배들은 나를 보고 자세나 스타일이 김영달 선생님을 많이 닮았다고 하고, 다른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해도 관장님들이 김영달 선생님의 제자인것을 금방 알아보는 것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아 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검을 잡으면 잘 모르는 것이, 그리고 어설픈 동작이 너무도 많다.
스승님이신 김영달 선생님 밑에서 수련을 하면서 선생님을 닮아보려고 선생님의 동작 하나 하나를 따라하려고 부단히도 애썼던 그시절이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검도 인생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검도를 수련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대라도 덜 맞고 한대라도 더 때리나 하면서 이것 저것 어설픈 기술을 흉내내곤 하였고 선후배와도 검도의 기술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무지하게 나누어 보았지만 결국 이론으로 익힌 다른 사람의 기술은 결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의 기술을 흉내내서 검리를 무시한채 빠른 칼과 팔의 힘 그리고 체력을 믿고 익혀서 써먹었던 많은 기술들이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면서 생활을 위해서 운동을 등한히 해온 결과 힘과 근력이 떨어지고 나니 하나도 내것이 아닌 것을 어찌하리오..

요즘에 검도를 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역시 검도는 마음과 함께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35년간을 검을 들때마다 하는 기본 3동작, 2동작, 그리고 1동작, 그리고 검을 잡았을때의 마음...그안에 검도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간다.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 .... 하고 여쭈어 보았을 때
빙긋이 우스시면서 그냥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면!.... 힘빼고 쳐라.. 하는 간단한 한마디 밖에 들려주시지 않았던 그 의미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

검을 잡고 1개월이면 누구나 다하는 3동작과 2동작!
그안에 이미 검의 모든것이 있음에야..
그 다음에 무슨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선생님의 검도 스타일을 보면 요란하지도 않고, 또 현란하지도 않으면서, 간결하고도 큰동작의 예술 같은 검도를 하셨다. 지금 눈을 감고 선생님의 생전에 운동하시는 모습을 그려보면 모든 것이 3동작과 2동작에서 이루어졌다고 느껴진다.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서 절대로 칼을 들어 막지 않으시고 자연스러운 2동작에 의한 공격을 하시는 스타일,..... 2동작의 칼을 머리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의 칼을 흘려버리거나 제압해 버리고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정확한 타격... 그러면서도 조잡하지 않은 크고 우아한 동작... 바로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유연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예술같은 기검체 일체가 아닌가......

선생님과 같은 검도를 하기위해서.. 아니 체득하기 위해서...
이제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좀더 검도의 기본으로 돌아가 더 열심이 수련하여야 될 것 같다.


---글쓴이 안종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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