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만한 내용이라 생각되어
이종원 선생님의 글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단의 高下를 불문하고 相互尊重의 바탕 위에서 연습하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상급자는 하급자를 配慮해야 한다. 이때 고단자는 기가 센 하급자의 기는 적당히 눌러주고 기가 약한 사람은 북 돋아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랫사람은 배우는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하게 기회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공격해야한다. 그러면 빨리 지칠 뿐만 아니라 주로 얻어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검도는 맞으면서 배운다고 하는 것 같다. 지쳐서 힘든 경우 참으면서 각자의 역량을 키워 나갈 뿐만 아니라, 정 힘들면 그만 하겠다고 인사를 하면 어느 고단자이든지 기꺼이 연습을 종료시켜 줄 것이다. 이때 하급자가 고단자를 믿지 못해 소극적인 연습을 한다면, 그는 덜 배우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하급자들을 받아보면 다음과 같은 기가 막히는 경우도 더러 경험하였다.

1) 한판 붙어 보려고 근거리에 들어와 떡 버티고 서 있는 사람
2) 죽도를 툭툭 치거나 감으려고 하는 사람
3) 고단자가 친 타격을 말이나 행동으로 부정하는 사람
4) 죽도를 완력으로 누르거나 또 떨어뜨리려는 사람
5) 아무데나, 특히 허리, 막 치려는 사람(blind 검도)
6) 치고 붙고 또 밀고(완력으로) 하는 사람
7) 오른 손으로 아프게 치려는 사람
8) 소극적으로 연습하여 지치지 않는 사람
9) 머리는 치지 않고 손목만 받아 치려는 사람
10) 찌름이나 옆머리를 치려는 사람(일부 고단자는 이를 허용하기도 함)
11)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따먹기 식 후의 선의 기술만 하려는 사람
12) 놀리거나 속여서 사범을 한번 이겨 보려는 사람

이상과 같은 얕은 수작을 부려도 여기에 넘어갈 고단자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연습하면 운동이 늘지 않고 상대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이다. 고단자와 연습하여 무엇을 배우고자 한다면 위의 12가지 금기사항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고단자가 될수록 까다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회도 아닌데 마치 연속공격 연습하듯이 막 들어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下手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당당하게 기회를 보아 용기있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즉, 한마디로 쉬운 선택을 하지 말고 힘든 수행을 하라는 뜻이다. 이 것이 검도가 빨리 늘고 좋은 검도를 하게 되는 王道가 아닐까 한다. 필자는 ‘검도는 죽도를 들고 서서 하는 運動禪’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 수행자들이 앉아서 선을 한다면 우리는 상대와 호흡을 맞춰 움직이면서 선을 하는 셈이다. 상대방과 調和를 잘 이룰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선이 스님들의 선보다 쉽고 또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상에서는 주로 하급자, 즉 배우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행위에 대해 언급했는데, 가르치는 사람 역시 수련시 지켜야 할 德目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 무엇보다 먼저 연장자로서 또 고단자로서 率先垂範하여 수련하며 언행에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수련을 오래한 사람이 단기간 수련한 사람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낫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수련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하급자와 대련시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것이며 공격할 수 있도록 사기를 진작시켜 주어야 한다. 나쁜 자세로 피하기보다 바르게 서서 맞는 것이 고단자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장난삼아 가볍게 치지 말고 일타일자에 최선을 다해 기검체일치의 진수를 보여주어 하급자들이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급자들은 그러한 고단자를 내면으로부터 존경할 것이다.

상급자, 즉 사범이 지켜야 할 마음가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온화한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맞을 것
2) 배우러 들어온 사람을 밉다고 차별하지 말 것.
3) 같이 배우는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
4)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품위있는 검도를 보여 줄 것
5) 물러서지 말고 맞더라도 당당하게 바른 자세로 맞은 후 상대를 칭찬할 것
6) 항상 先의 마음을 갖고 하급자를 긴장 시킬 것
7) 속여서 또는 겁주어서 칠 생각을 말라. 아랫사람이 존경하지 않는다.
8) 되도록 걸지 말고 같이 맞칠 것
9) 강한 상대가 들어오더라도 겁내지 말고 고단자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달할 것.
10) 안 되는 것은 확실히 안 된다고 가르쳐 줄 것
11) 끝나고 인사하러 온 수련생에게 덕담이나 사려깊은 충고를 할 것
12) 자기의 인격을 나타내는 향기나는 검도를 추구할 것

‘검도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 검도인은 검도수련시나 평소의 일상생활에서 지켜야할 수칙들이 많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우리 검도인도 적당히 편히 살려는 경향이 강해져 예의를 잃어버리고 있다. 오늘날 검도인은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과 별반 차이 없이 되어버려 검도인의 자긍심을 이미 잃어버린 것 같다. 초창기 검도인이 쌓아올린 사회적 명성을 후세 검도인인 우리들이 다 소진시키지 않았나 걱정된다. ‘검도는 문무겸전하며 검도하는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라는 이야기를 사회로부터 들으면서 높고 향기나는 ‘劍道塔’을 다시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 녹검의 검도이야기-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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