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족 일도의 거리

  일족 일도의 거리란 막연히 상대와 검도 수련을 시작하기 위해 마주 서거나 공격을 위한 적절한 거리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방어에서도 마찬 가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 걸음을 들어가면 적을 칠 수 있고 한 걸음 물러서면 적의 공격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선 상에서의 문제이고 피하거나 막는 데에 있어서 꼭 그 거리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경우, 더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절벽의 끝에 몰려 있다든 가 하는--에서는 뒤로 물러 날 수는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피하는 것은 옆으로도 피할 수 있고 막는 것도 물러나지 않고도 막을 수 는 있다.  그러나 피하고 막는 것이 그것만으로 끝나서는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족 일도의 거리]란 막연히 공방을 위한 적절한 거리 라는 뜻보다는 적을 살펴서 공격의 기회를 노리고 적을 살피면서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거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살핀다 라고 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잘 본다는 것인데, 적을 잘 볼 수 있으면 이길 수 있고 잘 보지 못하면 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이것은 비단 검도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고 나날의 삶(보통 일상생활이라고 하죠?) 속에서도 중요한 겁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잘 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각장애인 보다 낫다는 것 뿐. 그러면 어떻게 본다는 것인가? 관심 있는 것만 보죠? 검도에서도 안 법의 훈련이 잘 돼 있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치려 하는 곳에 눈이 가죠? 그러면 고수한테 들키죠. 적의 눈을 보라는 뜻도 일단은 여기에 있는 겁니다. 더 나아가면 심리가 어떻고 의도가 어떻고...... 그렇지만.  얘기가 빗나갔는데 각설하고 다시 돌아가서, 자세히 말하면 옆으로 피하는 경우 적의 검 선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시다시피 적은 이미 내 몸 가까이 대쉬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공격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근간)보다 훨씬 안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유효한 공격이 불가능하다. 또, 막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따라서 일족 일도의 거리란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를 내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공격하고 방어(피하거나 막기)하기에 최적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원간과 근간의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말할 수 있는데, 달리 말하면 원간은 복싱에서의 아웃화이팅(원격 전) 이라고 볼 수 있고 근간은 인화이팅(접근 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퇴격이나 후의 선의 공격은 근간으로 볼 수 있다.  덧붙여 말하면, 원간에서의 공격은 도약력이 좋고 붙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한테서 볼 수 있으며, 또는 저 단자나 초심자들이 고수의 기에 눌려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울 때 주로 나타나고 근간은 그 반대의 경우로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문제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거리나 공격방법이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원간 근간 그리고 일족 일도의 거리(물론 주로 이 거리에서 공방이 이루어지고 이 거리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를 다 능숙하게 운용 할 수 있는 것이 즉, 어느 거리에서나 다 공방이 가능한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고수들의 시합에서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방을 하는 것은 앞서 말한 거리의 문제들이 오랜 수련의 결과로 해결된, 즉 거리가 그다지(여전히 중요하지만, 초심자나 저 단자들에 비해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도 좋고 역시 저 단자들에 비해서 공방의 여러 가지 여건에 있어서 특정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거나 그런 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공방을 위해서(아무래도 먼 거리에서의 공격은 그만큼 중심이 흐트러지기 쉽지 않겠어요?) 보다 가까이 붙어 있다고 봐도 좋겠지요.
  
  그리고 기술을 거는 것도 그 기술이 가능한 기회(틈)와 거리,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상태에 따라서 달라 질 수 있겠다. 기술을 거는 바람직한 거리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를 파악한 뒤에 그에 알 맞는 효과적인 기술을 찾아내서그 기술을 쓰기 위한 상황과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이것을 페이스라고 하지요?  기술을 거는 거리와 타이밍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