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유재주(소설가, 한얼검도관 관장, 4단) 사범의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검도는 연격에서 시작하고 연격으로 끝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검도에서 연격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격의 효용성이 어떠하기에 이런 말까지 생겨난 것일까.
현대검도의 검성이라고 불리우는 일본의 검사(劍士) 타카노 사사부로라는 달인은 연격의 효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정확한 연격을 자주 꾸준하게 연습하면 신체의 진퇴 동작을 민첩하고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손과 발의 근력을 증강시키며 허리힘과 아랫배의 힘을 길러준다. 뿐만 아니다. 호흡이 길어지고 정확한 타격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으며, 마음과 몸과 칼의 움직임이 일치된다.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자신조차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은 쓸테없는 힘이 빠지며, 반대로 힘이 없는 사람은 힘이 붙게 된다. 왼손, 오른손의 힘을 골고루 증강시켜 (죽도의)바깥으로부터이든 안쪽으로부터이든 차이가 나지 않게 타격할 수 있다. 한 호흡에 의한 날카로운 타격이 몸에 배게 되며, 오래 대련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만들어진다.

그렇다. 대개 초심자들은 자신의 기술이 부족한 것을 생각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공격하기 일쑤이며, 상대의 머리나 손목, 혹은 허리에 눈을 두게 된다. 오로지 때리기 위해서 자세나 칼 가는 길을 무시한 채 그저 힘만으로 상대를 향해 덤벼든다.
기합은 기합이 아니고, 발구름은 발구름이 아니다. 칼끝에는 체중이 실리기는커녕 어깨(상체)의 힘만 잔뜩 실린다.
이런 식의 검도를 계속하게 되면 종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되며, 검도에서 나쁘다고 하는 버릇만 몸에 붙게 된다. 자연히 기량이 제자리에 머물고 만다.
이러한 것을 고쳐주고 잡아주고 개선시켜 주는 것이 바로 연격이다.

연격은 단조롭다. 힘들다. 재미없다. 검도 기량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라고 하는 것이 검도 선생들의 말이다. 연격은 얼핏 먼길을 돌아가는 수련방법인 것처럼 여길 수도 있으나, 사실은 지름길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타격의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거울 앞에서 기본동작을 반복하여 수련하는 것도 있지만, 연격을 신경써서 정확히 하려고 애쓰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검도는 검의 이치에 맞게 타격하여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검의 이치이다. 검에도 검이 가는 길이 있다. 칼등으로 쳐서는 결코 상대에게 승리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거리, 충분한 기세, 기검체 일치 등이 없이는 결코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다.
이러한 검의 이치를 터득하게 해주는 것이 연격이다.

정리하는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연격의 효용성을 나열해 보기로 한다.

1. 빠르고 정확한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2. 강한 타격을 얻을 수 있다.
3. 호흡이 길어진다.
4. 몸이 가볍고 자유롭게 된다.
5. 죽도 조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6. 아랫배가 안정되고 허리에 힘이 붙어 몸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다.
7. 눈이 밝아지고 정확해진다.
8. 거리감각을 체득할 수 있다.
9. 죽도를 잡은 손바닥의 움직임(작용)이 가볍고 날카로워진다.
10. 체력이 좋아지고 상대와의 몸받음 힘이 세진다.
11. 자신의 내면의 기를 전신에 고루 퍼뜨려 어느 한 부위에 힘을 고정시키지 않는다.
12. (나의)중심선을 지키고 (상대의)중심선을 무너뜨리는 능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