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삼일을 쉬고 다시 찾은 도장의 열기가 입구 부터 후끈하다.

월요일인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 이렇게 날이 후끈한데도 말이다.

관장님의 지도 아래 운동은 시작되고 몇 번의 머리치기에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빠른머리 백번도 숨이 넘어가는데, 또 다시 백번이란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진정시키기에도 버거운데

바로 전에 먹은 냉면발이 내려가지를 못하나 보다..

숨이 자꾸 차올라 요령을 피우고 싶어진다. 그래도 오늘은 가는 길을 막아서며 따라나선 큰아이를 보아서라도

열심히 해야한다.

아빠! 화이팅을 외치는 녀석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어찌하겠는가,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그냥 해야한다.

호구를 쓰니 더 답답하고 면발이 곤두선다, 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어림도 없다.

흐르는 땀과 호구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도 버겁기만 한 시간이다.

연격을 간식히 소화하고 나니 큰머리, 그리고 큰손목이다.

허리는 영자세가 아닌가 보다. 자꾸 지적이 날아온다.

퇴격머리에서는 발구름이 전혀 안되고 머리도 치고 들지를 못한다.

손목은 치고 중단을 취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들어올리고 있다.

앞으로 퇴격머리를 주무기로 하려던 생각을 접어야 할까보다..

몇 번을 돌고나니 그냥 주저앉고 싶은 마음뿐이다.

손바닥의 물집도 자꾸 신경쓰이고 혹여 발다닥이라도 벗겨져

몇일을 쉬어야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꾸 옆으로 돌아나가고 싶어진다.

지루했는지 응원하리라던 딸아이가 꾸버꾸벅 졸고 있다.

안스러운 마음에 그만 자리에서 비켜선다. 어여 가서 편한 잠자리를 주어야겠다.

수련의 고단함을 슬쩍 딸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덮으며

도복과 호구를 정리하고 허겁지겁 나서는 도장이다.

이제 내일부터라도 함께 하지 않으려 할 텐데 그때는 고단한 시간에 어찌하려나...

그냥 열심히 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운동을 어쩌란 말이냐..

이제 관원들과도 조금씩 안면이 생기고 눈인사를 나눈다.

도장의 낯설음과 도복의 어색함, 호구와 죽도의 무게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시간들이다.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면 좀 더 친숙함으로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 퇴격머리의 존심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