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고 '검객' 떴다


[중앙일보 정영재.김성룡] "강인함 속에 예(禮)를 갖춘 검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검도를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14년 동안 국내에서 검도 수련을 한 미국인이 대한검도회 공인 4단에 올랐다. 서울 대치동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에서 컴퓨터 교사로 일하고 있는 크레이그 루(39.이하 크랙)는 6일 대한검도회 산하 서울시검도회가 주관한 4단 승단 시험에 합격했다. 실력이 쟁쟁한 3단 99명이 응시해 19명만이 합격한 여러운 시험이었다.

크랙은 검도이론 필기시험은 영어로 답안지를 작성해 무난하게 통과했다. 대련.본국검법 시연 등 실기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무난하게 4단에 올랐다. 4단부터는 검도도장에서 수련생을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검도 공인 4단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던 크랙은 1993년 한국에 오면서부터 검을 잡았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세검관(관장 이한식)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가르쳐 준 동작을 대강 눈치로 때려잡고, 수천 번 반복 연습했다. 수시로 이 관장이 자세를 교정해 줬다고 했다. 95년 초단이 됐고, 2년 뒤 2단, 3년 뒤 3단에 올랐다.

검도를 통해 소중한 인연도 많이 맺었다. 대회에서 검을 맞댔던 상대가 친구가 돼 서로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검도 수련에 대해 토론도 자주 했다.

부인 박희영씨는 "죽도에 맞아 팔이 퉁퉁 부어 들어올 때는 화도 났지만 지금은 검도를 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큰딸 아비가일(10)도 최근 검도에 입문했다.

크랙은 "이번에 지도자 자격을 얻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더 배워야 합니다"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글=정영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jerry@joongang.co.kr ▶정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erry/[내 손안에 정보 조인스 모바일 2442+ NATE/magicⓝ/ez-i][ⓒ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